분류 전체보기 (128) 썸네일형 리스트형 [21이 사랑한 작가들] 최은영②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21이 사랑한 작가 최은영②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h21.hani.co.kr “저는 백인, 자본가,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 건강한 사람, 교육받은 사람 등의 정체성으로만 구성된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어느 정도 소수자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고요. 제 안에도 여러 소수자성이 있어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어째서 이러이러한 소수자성을 지닌 사람의 삶을 글로 썼느냐는 말이요. 당연히 제 이야기가 아니냐는 질문을 들으면 말하고 싶었죠. 그건 제 이야기이고 제 정체성이라고요. 저의 인물들은 저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에요. 저 자신은 아닐지 모르지만 제 경험과 밀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21이 사랑한 작가들] 21이 사랑한 작가 최은영②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中 일부 *.. 편의점 우렁 각시 2021년 1월 21일 토요일 새벽의 일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꼬북이는 금요일과 토요일 야간 편의점 일을 하는데, 내가 가끔 가서 말 상대도 되어주고 새벽 물류를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꼬북이가 출근하는 10시보다 좀 전인 9시쯤에 잠들어 새벽 5시쯤에 일어났다. 새벽 4시 30분에 형이 일하는 매장에 물류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마스크를 쓰고 부랴부랴 편의점으로 향했다. 꼬북이는 때마침 물류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꼬북이가 들고 있는 바코드 검사 기계를 넘겨받아서 물류 바코드를 찍었고, 꼬북이는 바코드가 찍힌 물품들을 정리했다. 꼬북이가 쿨러(대형 냉장고)에 술과 음료를 채우는 동안, 나는 라면이나 식료품을 진열했다. 그렇게 몽실이와 꼬북이가 힘을 합쳐 물류를 정리하니, 아침 6.. 절망의 시 새는 부르짖는다 부리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발톱에 생채기가 나도 새는 부르짖음을 멈추지 않는다 새는 발에 매인 족쇄를 끊임없이 부리로 쪼아댄다 창공을 향한 메아리가 진혼곡이 되어 산천에 울려 퍼진다 새는 날아갈 이정표도, 목을 축일 안식처조차 없다 그저 맹렬히 자신을 묶은 금빛 사슬을 두드릴 뿐이다 새는 이제 쓸모없어진 자신의 날개를 부리로 쪼아댄다 날개가 찢어지고 피가 흘러넘쳐도 새의 탁啄은 끊김이 없다 새는 이제 날 것이 아니다 선홍색 붉디붉은 몸뚱이만이 남아 있다 새는 마지막 함성을 내지르고 바닥으로 바닥으로,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내 맘 같은 사람은 없어 어느 한밤중 애인과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맘 같은 사람이 있을까?" "글쎄..." "내 맘 같은 사람은 없어." "왜?"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내 맘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없잖아." "그렇지."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이라도 나를 다 알 수도 없고..." "그렇지." "그래서 내 맘 같은 사람은 없어." "그래. 그렇지만..." "그렇지만?" "닮아는 가겠지." 우리는 서로를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즐겁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법정, <마하트마 간디의 종교> 편집자의 요구는 ‘기독교 밖에서 본 예수’를 써 달라고 하지만 나의 입장으로는 아무래도 감당하기가 거북스럽다. 부끄럽게 생각하는 바이지만, 예수의 인격에 대해서 평가할 만큼 예수의 실상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역사상의 한 인물을, 그것도 사람의 아들이기보다는 어마어마한 신의 아들로 추앙받는 인물을 함부로 다룬다는 것은, 이방인의 처지로 보아 실례를 범할 위험이 따른다. 다른 하나의 이유로는, 밖에서 봐 가지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실체다. 산은 저 들에게 바라봐야 더 잘 보인다는 말에는 수사학적인 거짓이 섞여 있다. 산에 들어가 살아보지 않고서는, 또한 몸소 산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산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인류 역사상의 한 거인을 밖에서 보고 이해하려는 것은 마치 .. 속수무책 / 김경후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김경후, 「속수무책」,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창비시선 412)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을 맞이한 김경후 시인의 세번째 시집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등단 이래 줄곧 뜨겁고 개성있는 시세계를 선보였던 시인은 지난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함으.. 책 《컨테이저스》 리뷰 (by 셀프메이드) 책 《컨테이저스》 리뷰 (by 셀프메이드) *잘나가는 콘텐츠의 6가지 법칙 1.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를 공유한다. 2. 사람들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을 공유한다. 3.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주제를 공유한다. 4. 사람들은 눈에 잘 띄는 것을 모방하고 공유한다. 5.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다. 6. 사람들은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잘나가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6가지 질문 1. 누군가가 나의 콘텐츠를 공유할 때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 2. 일상적인 상황에서 내 콘텐츠를 쉽게 떠올리게 만드는 장치가 있는지 3. 듣는이에게 분노나 불안 혹은 흥분과 경탄 같은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지 4. 이야기를 쉽.. [21이 사랑한 작가들] 최은영① “우리는 모두 소수자성을 가졌죠” 21이 사랑한 작가 최은영① “우리는 모두 소수자성을 가졌죠” h21.hani.co.kr 최은영(36) 작가는 지금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 중 한 명이다. 첫 소설집 (2016)와 두 번째 소설집 (2019)이 각각 10만 부 훌쩍 넘게 팔렸다. 그의 소설들은 이곳의 폭력을 날렵하게 포 떠서 보여준다. 세월호, 용산 참사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비껴가지 않는다. 가정에 학교에 관계 안에 스민 폭력을 억압당하는 자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동시에 그의 소설은 한 사람 내면의 결을 핀셋으로 발라내 드러낸다. 이타심인 줄 알았던 이기심, 이해를 가장한 몰이해… 그의 주인공들은 섣부르게 한 사람을 판단했다는 걸 자주 뒤늦게 깨닫는데, 그럼에도 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오랫동안 마음을 쓴다. 그를 전자우편과 전화 통화로 .. 이전 1 ··· 4 5 6 7 8 9 10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