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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해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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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에 대하여 너의 여름은 어떠니? 이제는 내 곁에 없는 너에게 말한다 너는 푸른 숲 우거진 여름날을 살아가고 나는 태풍 몰려오는 여름밤을 걸어간다 우리의 엇갈린 계절과 닿을 수 없는 시간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한차례 거센 바람 불어닥쳐 잎새들이 떨어질 듯 위태롭다 우산을 씌워주던 너의 젖은 어깨를 떠올린다 분명 봄빛을 듬뿍 받았던 잎새들이었을 텐데 영원할 것만 같던 봄빛이 어느샌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리고 너도 나를 떠나 버렸다 우리는 봄빛에 대하여 말했어야 했다 개나리의 꽃말을 말하고 벚꽃의 떨림을 느끼던 그러나 너는 신록으로 가득한 여름날을 살아가고 나는 비바람 몰아치는 여름밤을 걸어간다 어디까지가 오늘 밤이고 언제까지가 우리일까?
프로필 사진 오늘은 프로필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요즘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SNS 계정 프로필 사진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은 사진이 각양각색일 것이다. 필자도 SNS 계정 프로필 사진에 어떤 것을 올려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나는 어떤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 놓았을까? 일단,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은 뮤지션 '그_냥' 님의 앨범 사진이다. '그_냥' 님은 1년 전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한 비대면 콘서트에 나온 뮤지션이었다. 목소리가 미성인데, 그 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귀가 사르르 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약간 범생이 같은, 순진하고 귀여운 외모에 달콤한 목소리라..
민들레떼 하늘에 햇빛이 가득하다 좀처럼 눈을 뜰 수가 없다 나의 눈에 눈물이 맺힌 때문일까 눈물 사이로 하늘을 나는 날갯짓들이 보인다 휘황한 광채와 함께 수평선을 날아다니는 무언가 그것은 천사의 모습인 것인지 그도 아니면 흰 깃털이 달린 갈매기떼들인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태양의 빛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알바트로스의 날개보다는 작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듯 날아다니는, 민들레 민들레떼다 초원의 바다 위로 수천 아니 수만 개의 민들레 홀씨들이 아가씨의 설레는 치마폭처럼 다소곳이 하늘 위를 춤춘다 어느샌가 하늘가에 풍등 띄워 놓은 듯 저마다의 햇빛들이 둥둥 떠다닌다 나도 그 사이를 함께 날아가고 싶어 내 어깻죽지에 날개가 달리기를 소망한다 날아보자 날개야 돋아라 이카루스의 오만한 종말이라도 괜찮다 수많..
외로울 때 어떻게 할까? 외로움이란 어떤 감정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이렇다.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는 어떤 감정일까?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때, 실제로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즉, 외로울 때에는 뇌에서 고통을 관장하는 부위가 신체적 고통과 똑같은 아픔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또, 외로움을 1년 이상 만성적으로 느끼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만성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시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면 외로움은 그다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외로움이 만성적으로 나를 억누르고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일상에 늘 존재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 우리는 이 감정..
우리들이 살고 있는 별에 대하여 우리들이 살고 있는 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눈에는 잔혹한 별들의 잔해가 보여요 그녀는 별들이 머지않아 멸망할 거라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이 곧 멸망한다고? 세상은 곧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릴 거고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내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그건 당신의 생각일 뿐이에요 우리는 죽어가고 있어요 우리는 살아가고 있잖아? 아뇨 우리는 점점 생명을 다하고 죽어갈 뿐이에요 그러면 너는 왜 신을 믿지 않지? 신은 죽었으니까요 신이 죽었다고? 신은 이미 오래전에 인간을 버리고 죽어버렸어요 신이 죽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인간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지? 저는 별들의 잔해를 믿어요 별들의 잔해만이 진리이니까요
만 원의 행복 나에게 단돈 만 원이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평소 경제 관념이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돈을 잘 모으지 못하고 써 버린다. 대신 내 애인이 합리적으로 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나는 애인이 돈을 관리하도록 맡겨둔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은 포기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인데, 중요한 경제관념을 포기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애인을 통해서 돈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잘 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니,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돈을 잘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애인은 자신에게 만 원이 주어진다면 마트에 갈 것이라고 했다. 마트에 가서 애호박(1,800원), 두부 반 모(1,600원), 깐양파 2개짜리(2,000원), 홍고추(2..
꼬북 씨에게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오늘의 당신은 성미가 고약하고 고집도 세고 패악을 부리는 형편없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당신의 그 모습들이 너무나도 귀여워 보였답니다. 당신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당신의 애정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다 나를 위한 당신의 조바심이었고, 걱정이었고, 배려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서 따로 떨어진 나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표정 하나하나, 당신의 말투 하나하나 나와 따로 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나의 전체요, 나의 일부입니다. 당신을 나의 심장이라 한다 해도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과거의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과 헌신을 해왔는지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소리와 음의 분열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나의 단잠을 깨운다 뭉쳐진 소리들은 사람의 언어가 되고 무리의 폭력이 되어 나의 고막을 터뜨린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된다 귀머거리는 자기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가 있다 토스트를 씹는 소리,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는 소리, 지층을 울리는 발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에게는 내 소리밖에 없어 다른 것은 침입하지 못한다 이제 그 다른 것을 음이라고 하자 아무리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도 나의 고막은 그 음들을 저만치 튕겨내 창밖으로 떨군다 오로지 나의 소리들을 방해하는 음이 존재한다면, 존재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나의 단잠을 깨운 뭉쳐진 음들, 음들 속에서 내 소리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언어는 나의 음이 아니지만 폭력은 나의 음이다 좀 더 나의 폭력적인 음들을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