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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시를 느끼며

속수무책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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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김경후, 「속수무책」,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출처 : https://pspa.or.kr/319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창비시선 412)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을 맞이한 김경후 시인의 세번째 시집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등단 이래 줄곧 뜨겁고 개성있는 시세계를 선보였던 시인은 지난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상실의 아픔을 간절한 언어로 노래한 두번째 시집 [열두겹의 자정](문학동네 2012)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어둠과 죽음의 그늘 속에서 삶의 고통을 가누는 고독한 시정신을 보여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차가운 통찰이 깃든 자유롭고 활달한 이미지 속에 “그로테스크와 서정이, 유머와 불온이, 추와 미가 행복하게 혼숙하고 있”(손택수, 추천사)는 절박하면서도 절제된 시편들이 애잔한 슬픔과 뭉클한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
김경후
출판
창비
출판일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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