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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해리의 이야기/몽실이와 꼬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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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북 씨에게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오늘의 당신은 성미가 고약하고 고집도 세고 패악을 부리는 형편없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당신의 그 모습들이 너무나도 귀여워 보였답니다. 당신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당신의 애정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다 나를 위한 당신의 조바심이었고, 걱정이었고, 배려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서 따로 떨어진 나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표정 하나하나, 당신의 말투 하나하나 나와 따로 떨어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나의 전체요, 나의 일부입니다. 당신을 나의 심장이라 한다 해도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과거의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과 헌신을 해왔는지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꼬북이의 요리 2020년 11월 13일 금요일 오늘은 꼬북이의 요리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 저녁, 나는 꼬북이의 집으로 와서 잠을 잤다. 꼬북이가 야식으로 크림 파스타를 해줬는데, 우리 집에서는 파스타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조금 생소했다. 그런데 꼬북이가 만들어준 파스타를 먹는 순간,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국수와도, 라면과도 다른 이 맛. 소스가 달콤하고 고소한 것이 계속 흡입하게 되는 맛이었다. 나는 그 뒤로 꼬북이의 요리들을 여러 가지 맛보았다. 특히 파스타가 많았는데, 크림 파스타, 짬뽕 파스타, 오일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명란젓 파스타 등 종류별로 파스타를 먹게 되었다. 명란젓 파스타와 알리오 올리오는 한국적인 입맛을 가진 나에게 제격인 요리였다. 명란젓이 들어간 명란젓..
꼬북이가 없는 하루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오늘은 꼬북이가 고향에 내려가는 날이었다. 꼬북이는 오늘부터 1월 1일까지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연말을 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꼬북이는 자취방에 나 혼자 있는 것을 걱정해 어제 저녁에 내가 먹을 반찬들을 부랴부랴 해놓고 아침이 되어 나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꼬북이가 나가고 나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매일 잔소리를 해대던 꼬북이가 없어서 편해야 할 텐데, 꼬북이가 없으니 오히려 외로움이 밀려온다. 점심에는 꼬북이가 해 준 짜글이와 밥 한 공기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맛있었다. 꼬북이가 있었으면 더 맛있었겠다 싶었다. 뭔가 옆구리 한 쪽이 시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 한 쪽이 비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포스팅 업무와 내 블로그 포스팅을..
편의점 우렁 각시 2021년 1월 21일 토요일 새벽의 일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꼬북이는 금요일과 토요일 야간 편의점 일을 하는데, 내가 가끔 가서 말 상대도 되어주고 새벽 물류를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꼬북이가 출근하는 10시보다 좀 전인 9시쯤에 잠들어 새벽 5시쯤에 일어났다. 새벽 4시 30분에 형이 일하는 매장에 물류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마스크를 쓰고 부랴부랴 편의점으로 향했다. 꼬북이는 때마침 물류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꼬북이가 들고 있는 바코드 검사 기계를 넘겨받아서 물류 바코드를 찍었고, 꼬북이는 바코드가 찍힌 물품들을 정리했다. 꼬북이가 쿨러(대형 냉장고)에 술과 음료를 채우는 동안, 나는 라면이나 식료품을 진열했다. 그렇게 몽실이와 꼬북이가 힘을 합쳐 물류를 정리하니, 아침 6..
함박눈 오던 날 2021년 1월 6일, 저녁부터 눈이 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요즘같이 따뜻한 겨울 날씨에 설마 눈이 올까 싶었다. 그러던 중,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고 꼬북이를 불러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꼬북이의 고향은 포항이라, 눈이 온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형이 서울로 올라온 2018년 그 해, 우리는 함께 눈을 보았더랬다. 그 뒤로 계속 눈을 보지 못하다가 펑펑 쏟아지는 눈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꼬북이는 눈 오는 것에 신이 나서 눈 쌓인 땅에 '몽실♡꼬북이'라고 썼다. 그리고 눈 위에 몽실이와 꼬북이 캐릭터가 서로 붙어 있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눈이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서로를 껴안고 즐겁게 눈을 즐겼다. 우리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고, 커피 한 잔..
맛평의 대가, 꼬북이 몽실이와 꼬북이는 데이트를 나갈 때마다 맛집을 찾아다니곤 한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면 우리는 세상 행복해진다. 다투다가도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으면 음식 욕심에 금세 화가 풀어진다. 꼬북이가 살고 있는 신정동과 목동에는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동네 주변 맛집들을 탐방하며 음식들을 맛보았다. 빵을 좋아하는 꼬북이는 블라썸과 카멜레온을 즐겨 찾았는데, 나도 덩달아 그 두 집의 빵에 매료되었다. 또, 내가 다니던 대학 주변에도 맛집이 꽤 있었는데, 그중 응암동의 히카리우동은 최고였다. 냉우동세트를 주문하면 냉우동, 새우튀김, 유부초밥이 나오고, 간장 계란까지 추가로 주문하면 금상첨화다. 이 집의 음식은 퀄리티가 좋기로 유명하다. 꼬북이는 평소 음식을 먹고 나서 맛평을 잘하곤 했는데, 그날도 히카..
프리지아와 에리카 얼마 전 블로그 이웃 아장님의 포스팅 아장 돌직구에서 심리 테스트 '당신은 어떤 꽃인가요?'를 보았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심리 테스트에 임했는데, 결과는 '프리지아'가 나왔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 자기 자랑, 순수한 마음이라고 하는데, 평소 내 행동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할 때 꾸밈없이 말하고, 상대를 대할 때 있는 그대로 대하며, 나에 대해 얘기할 때 가끔씩 자랑 섞인 농담을 하곤 하는 것이 그랬다. 주변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가는 면이나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는 행동, 소비가 충동적이라는 점, 혼자 하는 일보다는 여럿이서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 꼰대를 싫어하며 내가 꼰대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점, 귀가 얇고 변덕이 심하다는 점, 집에만 있기..
꼬북이의 식단 꼬북이는 6월부터 하루 한 끼만 먹는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말이 간헐적 단식이지, 아침과 저녁을 아예 안 먹고 점심만 먹는 것이었다. 꼬북이가 단식하는 걸 보기만 해도 배가 고플 것 같다. 하루 반나절 쫄쫄 굶으면서 왜 이렇게 잔인한 단식을 하고 있느냐면, 꼬북이의 동생이 10월에 상견례하는데 꼬북이의 어머니가 상견례 자리에 잘 보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꼬북이더러 살을 78kg까지 빼 오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꼬북이의 체중에 비상이 걸렸다. 꼬북이는 그때 96kg였는데, 18kg을 빼야 하는 비상 상황이었다. 꼬북이는 이 간헐적 단식을 선택했고, 운동도 병행했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니 당연히 먹지 않았고, 점심을 점심과 저녁의 중간 시간인 오후3시에 먹었다. 그 후로 오후 3시는 정기적인 점심식사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