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 (49) 썸네일형 리스트형 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쉿, 부처님 주무시는 중이세요 햇살이 부처님의 이마에 키스하고파 법당 안을 기웃대는 봄날이었지요 졸립지요 부처님? 그래도 봄인데 나들이는 못 갈망정 마당 가득 피어난 꽃나무 좀 보세요 산사나무 조팝나무 매자나무 꽃들이 치마를 올리는 벌써 바람을 올라탈 준비를 하는 걸요 꽃가루 가득 실은 바람과 공중에서 한 바탕 구르다 주워 입지 못하고, 흘린 치마들이 노랗게 땅을 수놓는 걸요 화나셨나요 부처님? 왜 오롯이 눈은 내려깔고 침묵하셔요 이 봄에 관계하지 못한 生이란 울기만 하는걸요 보세요, 대웅전 계단 옆 고개 숙인 한 그루의 불두화를 향기 많은 꽃에 벌과 나비가 꼬여 열매를 맺는 모습은 수도승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여 성불코자 심었다는 불두화가 관계를 나누다 쓰러진 것들을 보며,.. 책 《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 리뷰 (by 셀프메이드) 책 ⌜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 리뷰 (by 셀프메이드) 흔히 세상에는 성공의 트랙 위로 가게 되는 보편적 공식으로 보이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보편적 공식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냅니다. '저렇게 살아도 될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오늘은 이런 보편적 공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성공적으로 하게 된 사람들의 비결을 알려 드릴게요. 첫째, 상황이 안 좋다는 핑계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장애물일 뿐이다. 무슨 일을 하건 상황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아요. 이 때 우리는 이런 장애물들을 이유로 우리의 꿈을 쉽게 포기할 때가 많습니다. 문승지는 특색 있.. [21이 사랑한 작가들] 김금희➀ "받지 않는 전화를 오래도록 겁니다" 21이 사랑한 작가 김금희① “받지 않는 전화를 오래도록 겁니다” h21.hani.co.kr 7월13일 ‘경애하는 마음’으로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김금희 작가를 만났습니다. 김금희(41) 작가가 지정한 이곳에서 나는 ‘오직 한 사람의 차지’인 비밀스러운 작업공간을 들여다보리라고 기대했지만, 도착해보니 이전에 다른 작가들의 인터뷰로도 여러 번 왔던 곳이었습니다. ‘나는 이 인터뷰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왔지만 막상 김금희 작가에겐 누군가가 예전에 이미 물었던 내용이어서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렇게 작가의 소설 제목들을 엮어 허튼소리나 적고 있지만 별로 부끄럽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김금희 작가는 소설 ‘오직 한 사람의 차지’와 산문 ‘그러니까 여전히 알 수 없는’에서 “세상.. 김애란, <건너편> 中 기억에 남는 문장들 도화는 밤새 내장 안에서 녹색 숯이 오래 타는 기운을 느꼈다. 낮은 조도로 점멸하는 식물에너지가 어두운 몸속을 푸르스름하게 밝히는 동안 영혼도 그쪽으로 팔을 뻗어 불을 쬐는 기분이었다. 김애란, ⌜바깥은 여름⌟ 중 p.86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 새고 있었다. (중략)... 아무렴 한창때가 지났으니 나물맛도 알고 물맛도 아는 거겠지. 살면서 물 맛있는 줄 알게 될지 어찌 알았던가. (중략)... 자신도, 이수도 바야흐로 '풀 먹으면' 속 편하고, '나이 먹으며' 털 빠지는 시기를 맞았다는 걸. 김애란, ⌜바깥은 여름⌟ 중 p.87 눈 한 송이의 의지가 모여 폭설이 되듯 시시티브이에 비친 풍경이 모여 교통방송의 '정보'가 됐다. (중략)... 수사도, 과장도, 왜곡도 없는 사실의 문장을.. 먼지의 계보 / 심강우 먼지의 계보 / 심강우 마루를 닦다 보면 먼지 아닌 것들이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문질러도 겉장이 읽히지 않는 나뭇결과 다른 형태소를 만날 때가 있다 곁방살이의 눈치처럼 찐득하게 붙어 있는, 한때는 일거수일투족 달콤한 풍미를 발하던 때깔이 거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지의 본산을 이루었다 먼지가 먼지를 불러 더 큰 먼지를 쌓는 건 생로병사의 이름으로 증빙된 가계의 내력에도 소상히 나와 있지만 제 얼굴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도 분분한 의견과 고요한 탄식이 있다 길을 낸다는 이유만으로 앞의 것들을 모질게 닦은 적이 많다 지금 당신이 들여다보는 먼지를 뒤집어 쓴 것들 내가 아니면 모두 먼지가 되어야 하는 것들 먼지가 길을 증명해 보인다고 항변하는 것들 대개는 밖에서부터 시작되지만 더러 안에서부터 먼.. 폭력적인 세계 속의 '나' / 황정은, <복경> | 소설 감상 이것은 내가 관찰한 일이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승강장은 줄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5분쯤 지났나, 열차가 도착해 열차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열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한 할아버지께서 뒤늦게 열차 안에서 승강장으로 빠져나오려고 하고 계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밀고 우격다짐으로 열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노쇠한 할아버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밀려 들어가셨다. 그때 어떤 한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내 귀에 들렸다. "할아버지가 괜히 늦게 내려 가지고 다른 사람들까지 못 타게 만들려고 하고 있네." 짜증 섞인 말투였다. 그 아주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 세월호 이후, 상실에 대처하는 김애란의 자세 세월호 이후, 상실에 대처하는 김애란의 자세 소설집 ‘바깥은 여름’ 출간 아이 잃은 부모 이야기 ‘입동’ 등 죽음과 상실 다룬 단편 일곱 묶여 www.hani.co.kr 김애란의 초기 단편과 첫 장편 에는 삶의 아픔과 시련을 씩씩한 웃음으로 돌파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번 소설집에는 웃음이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인용한 구절에서 보듯 어딘지 불길하고 수상쩍은 웃음뿐이다. 그것이 어느새 30대 중후반에 이른 작가의 나이 탓인지 세월호로 대표되는 시대의 상처 탓인지는 불분명하다. 어쨌든 의 거주민들은 “없던 일이 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노찬성과 에반’)에 시달리거나,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풍경의 쓸모’) 아는 이들이..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32년을 살아오면서도 아름다운 삶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보면 나는 인생을 아직 덜 살아온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그저 막연하게 떠오르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는 삶이라고 생각해 왔다. 타인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연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삶이다. 그러나 그 삶에 비례할 만큼 내가 타인과 소통을 한 것도, 신뢰를 쌓아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면서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실천하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아프리카 중부 지역에 위치한 수단. 영화 속에서는 수단이 남수단과 북수단으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