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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해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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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적당히'라는 말, '별일 없다'는 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쉽게 내뱉곤 한다.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쓰면 되지, 뭐. 별 일 없이 살면 되지, 뭐. 누구나 쉽게 쓰고 있는 말들. 그러나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하지 못해서 적당했으면 하는 마음, 별 일이 많아서 별일 없고 싶은 마음. 말은 쉽게 내뱉지만 실제로 '적당히', '별 일 없이' 살 수가 없는 우리네 인생. 매번 지독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간신히 '적당히' 살 수 있고, '별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현실. 아비규환과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매번 마음속의 불안함과 싸워 나가야만 한다. 더 이상 불안이 아닌 안정 속에서 살고 싶은 소망과 함께. 그러면서 내가..
자격지심과 예민함의 늪에 빠지다 수요일에 나는 근무를 하면서 카톡으로 영재 발굴단 미술영재 흙수저와 금수저를 서로 비교한 글을 그에게 보냈다. 흙수저 아이나 금수저 아이나 어린 나이에 뛰어난 미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흙수저 아이가 국내 입시미술학원에 다니다 입시를 포기, 방황하다가 만화를 그리겠다고 결정한 반면, 금수저 아이는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어린 나이에 아뜰리에를 가지고 있었고, 개인 전시회까지 열었다. 나는 그가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는 나와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글을 읽고 그는 현명한 부모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흙수저 아이의 정신력이 약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나는 글의 취지 자체가 빈부에 따른 교육환경의 차이로 인한 결과라고, 그에..
프리지아와 에리카 얼마 전 블로그 이웃 아장님의 포스팅 아장 돌직구에서 심리 테스트 '당신은 어떤 꽃인가요?'를 보았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심리 테스트에 임했는데, 결과는 '프리지아'가 나왔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 자기 자랑, 순수한 마음이라고 하는데, 평소 내 행동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할 때 꾸밈없이 말하고, 상대를 대할 때 있는 그대로 대하며, 나에 대해 얘기할 때 가끔씩 자랑 섞인 농담을 하곤 하는 것이 그랬다. 주변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가는 면이나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는 행동, 소비가 충동적이라는 점, 혼자 하는 일보다는 여럿이서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 꼰대를 싫어하며 내가 꼰대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점, 귀가 얇고 변덕이 심하다는 점, 집에만 있기..
민들레와 하이에나 민들레의 영토에 한 발짝 들어서자 야트막한 둔덕에 민들레가 고개를 들어본다 하이에나가 시뻘건 잇몸을 보여도 민들레는 새하얀 얼굴만 갸웃거린다 상냥한 미소로 낙오된 떠돌이를 어루만지니 썩고 비린 뼈와 살에 한껏 달아올라 끊임없이 헤매던 시절도 아련해진다 엉기는 장마에 두발이 쓸려가도 참담한 가뭄에 속절없이 뒹굴어도 굳건한 심상에 감탄하며 너의 흔적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애초에 길이 달랐던 것을 언약을 해봐야 무슨 소용 있을까 너대로 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을 말도 없이 일어나 지체 없이 떠난다 아직도 너의 체취 뿌리 끝에 남아서 홀씨 하나 잉태하여 너에게로 날려본다
넌 최고야! ​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며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세요.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을 바라보세요. ​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 당신은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 ​ 오늘을 잘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칭찬해 주세요. 오늘도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고 있다구요. ​ ○○아, 오늘도 잘하고 있어. 넌 최고야! ​ 내가 살아온 과거가 비참하다고 해서 현재까지 비참한 것은 아니에요. ​ 지금 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면 나는 아름다운 세상 속에 사는 거예요. ​ 자신을 믿고 타인을 믿으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면 ..
나의 연인에게 배우다 어제 샤워를 하고 탁구 치러 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나는 그만 잠에 빠져 버렸다. 어제 여러 군데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했던 것 같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보니, 아침 7시였다. 제일 먼저, 내가 잔 안방에 딸려 있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그가 자고 있는 컴퓨터방(친형과 둘이 사는 그는 집에서 방을 2개 쓰고 있었다)을 살며시 열어봤다. 그가 코를 골며 곤하게 자고 있었다. 나는 안방으로 돌아와 브런치에 어제의 연애 일기를 기록했다. 간간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11시가 넘어서 거실 쪽에서 사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의 형일까 봐 바깥에 나가보질 못했는데,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잘 잤어요? 어제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안 깨웠어요." "고마워용. 잘 ..
꼬북이의 식단 꼬북이는 6월부터 하루 한 끼만 먹는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말이 간헐적 단식이지, 아침과 저녁을 아예 안 먹고 점심만 먹는 것이었다. 꼬북이가 단식하는 걸 보기만 해도 배가 고플 것 같다. 하루 반나절 쫄쫄 굶으면서 왜 이렇게 잔인한 단식을 하고 있느냐면, 꼬북이의 동생이 10월에 상견례하는데 꼬북이의 어머니가 상견례 자리에 잘 보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꼬북이더러 살을 78kg까지 빼 오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꼬북이의 체중에 비상이 걸렸다. 꼬북이는 그때 96kg였는데, 18kg을 빼야 하는 비상 상황이었다. 꼬북이는 이 간헐적 단식을 선택했고, 운동도 병행했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니 당연히 먹지 않았고, 점심을 점심과 저녁의 중간 시간인 오후3시에 먹었다. 그 후로 오후 3시는 정기적인 점심식사시간이..
출항의 시작 출항의 시작 선원들이 등에 쌀 가마니와 화물들을 짊어지고 일렬종대로 선내로 입장한다. 저마다 건장한 체격에, 다부진 입을 가진 사내들. 그들의 굵은 힘줄이 누런 쌀 포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어느덧 한 켠에 견고한 포대 산이 만들어진다. 선수船首에는 파란색 캡 모자를 쓴 선장이 푸른 돛이 나부끼는 바람 속에서 선원들의 행렬을 팔짱 낀 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멀리 초록빛 수평선을 바라보며 공기 내음을 맡는다. 오늘의 공기는 청량하군. 항해사가 다가와 절도있게 거수경례를 한다. 파라다이스 호의 화물승선 완료 및 인원, 안전점검 완료! 이상 무! 선장은 거수경례로 대답을 대신한다. 선장은 선원들을 갑판에 모아놓고 프랑스혁명의 지도자가 되어 외친다. 믿음직스러운 파라다이스 선원 여러분, 오늘의 항해도 아무 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