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3일 금요일
오늘은 꼬북이의 요리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 저녁, 나는 꼬북이의 집으로 와서 잠을 잤다. 꼬북이가 야식으로 크림 파스타를 해줬는데, 우리 집에서는 파스타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조금 생소했다. 그런데 꼬북이가 만들어준 파스타를 먹는 순간,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국수와도, 라면과도 다른 이 맛. 소스가 달콤하고 고소한 것이 계속 흡입하게 되는 맛이었다.
나는 그 뒤로 꼬북이의 요리들을 여러 가지 맛보았다. 특히 파스타가 많았는데, 크림 파스타, 짬뽕 파스타, 오일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명란젓 파스타 등 종류별로 파스타를 먹게 되었다. 명란젓 파스타와 알리오 올리오는 한국적인 입맛을 가진 나에게 제격인 요리였다. 명란젓이 들어간 명란젓 파스타는 간이 짭조름하면서도 명란젓이 입에서 톡톡 터지는 것이, 완전 최고였다. 알리오 올리오 역시도 상급에 속하는 맛이었는데, 마늘향을 좋아하는 나는 족발이나 삼겹살을 먹을 때 꼭 마늘과 함께 쌈을 싸 먹는다. 알리오 올리오에도 마늘이 들어가니, 나에게 맞는 요리라고 할 수 있었다.
파스타 외에도 짜글이, 치킨마요 덮밥, 참치마요 덮밥, 떡만둣국, 만두 칼국수, 냉면, 국수 등 꼬북이가 나를 위해서 만들어준 요리들을 전부 헤아릴 수가 없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올릴 수 있도록 꼬북이가 요리할 때 옆에서 사진을 찍어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게 실현될지는 잘 모르겠다. 꼬북이가 요리할 때 옆에서 방해받는 걸 싫어해서다. 아무래도 사진은 포기해야겠다.
나는 가끔씩 엄마가 만들어주신 요리와 간이 다른 꼬북이의 요리에 불만을 품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꼬북이는 "그럼 네가 만들어 먹어."라고 나에게 핀잔을 줬다. 그러면 나는 "에이, 그런 건 아니고..."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엄마의 요리와 꼬북이의 요리 둘 다 맛있게 느껴져 갔다. 꼬북이의 요리에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꼬북이가 요리하고 있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뒤에서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꼬북이를 방해할 수는 없기에 간신히 참고 있다.
꼬북이는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한다. 물론 누구나 자신이 만든 요리를 상대가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겠지만. 꼬북이는 내가 오물오물 먹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죽겠다고 한다. 꼬북이가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더 귀엽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오이구, 오이구! 맛있어?"
"웅."
오늘도 꼬북이의 요리 짜글이를 먹으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했다. 내일은 또 무슨 요리를 해달라고 할까? 다음에는 내가 꼬북이에게 한 번 요리를 해줘 볼까? 배가 든든해서 기분 좋은 밤이다.
몽실이와 꼬북이의 연애일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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