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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해리의 이야기/몽실이와 꼬북이

꼬북이가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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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오늘은 꼬북이가 고향에 내려가는 날이었다. 꼬북이는 오늘부터 1월 1일까지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연말을 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꼬북이는 자취방에 나 혼자 있는 것을 걱정해 어제 저녁에 내가 먹을 반찬들을 부랴부랴 해놓고 아침이 되어 나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꼬북이가 나가고 나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매일 잔소리를 해대던 꼬북이가 없어서 편해야 할 텐데, 꼬북이가 없으니 오히려 외로움이 밀려온다.

 

혼자 덩그러니 집에 남겨진 몽실이

 

  점심에는 꼬북이가 해 준 짜글이와 밥 한 공기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맛있었다. 꼬북이가 있었으면 더 맛있었겠다 싶었다. 뭔가 옆구리 한 쪽이 시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 한 쪽이 비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포스팅 업무와 내 블로그 포스팅을 했다. 매일같이 하던 일과였으니, 쉽게 했다. 그렇지만 매일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존재가 사라져 버리니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내가 설거지 바로바로 해놓으랬지?"하고 소리를 질렀을 텐데...

 

밥 먹으면서 꼬북이가 생각나는 몽실이

 

  저녁에는 칭따오 캔맥주 2개를 사 가지고 와서 홀짝거리며 넷플릭스 영화를 봤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이라는 대만 퀴어영화를 봤다. 절친한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고등학교 남학생들의 순수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꼬북이도 내가 첫연애인데, 꼬북이는 나에게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게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 첫연애는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설레고 기대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인의 얼굴만 봐도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손만 잡아도 찌르르 전류가 흐른다. 꼬북이는 나를 만나서 그러했을 터였다.

 

  그런데 나는 거의 3년을 사귀면서 계속 꼬북이에게 실망만 주었던 것 같다. 내 이기적인 말과 행동 때문에 꼬북이가 수도 없이 상처를 입었었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내 위주인지... 꼬북이는 나에 비하면 정말 보살이라고 할 정도였다. 고향집으로 내려가면서 내가 밥 해먹을 것이 걱정돼 반찬을 해놓고 가는 정성이라니... 꼬북이가 만든 반찬을 먹으면서 잠시 목이 막혀 음식을 넘기지 못했다. 꼬북이가 준 그 무언가가 내가 받기에는 너무나 큰 것이라 잠시 목에 걸렸던 모양이다.

 

  꼬북이가 다시 돌아오는 새해에는 꼬북이에게 잘 해 주리라 마음 먹는다. 꼬북이가 해 준 것만큼 잘 해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꼬북이에게 잘 해보려 한다. 지난 3년의 상처가 말끔히 씻길 수 있도록. 그리고 앞으로 우리들의 미래가 창밖에 비치는, 티없이 맑은 하늘 같기를 바란다.

 

에필로그 - 몽실이를 용서하는 꼬북이

 

  몽실이와 꼬북이의 연애일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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