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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시를 느끼며

해열 /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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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해열」

 

소태나무에 홍학이 내려앉는다

잎사귀가 하늘에 긁힐 때 구름이 붉게 물든다

나무 꼭대기에 지어진 둥지

 

맨살의 새끼들 소리 없이 둥지 아래로 떨어진다

가난이 재난을 찾아가듯

재난이 가난을 찾아내듯

자고 일어나면 병이 깊어지는 아이

 

이슬에 살이 젖어 흙바닥에

죽은 홍학의 새끼

분홍빛 살을 물고 사라지는 들쥐들

 

한 여자가 밭둑에서 소태나무 가지를 꺾는다

새의 날개죽지처럼 마른 아이

끓어오르는 가마솥

시커먼 공기방울이 눈동자처럼 터진다

 

경기에 좋다는

소태나무 우린 물을

숟가락으로 젖꼭지에 흘려놓는 여인

 

젖이 불은 여자가 이마의 땀을 닦고

검은 눈동자를 삼키는 아이

열에 들떠 홍학의 울음을 터뜨린다

 

출처 : 구글 이미지(해열,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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