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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시를 느끼며

괄호론 / 서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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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론 / 서덕민

괄호는 묶음의 형식이지만

비어있음의 형식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잔득 묶고 있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괄호는 어쩌면

모호함의 형식일 수도 있다

가령 내 어머니가 그렇다. 그녀는

주로 미지수를 묶고 다니므로

무엇인가 들어 있다 할지라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아니, 텅 비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괄호는

등호를 거리낌없이 뛰어넘어도

결코 균형이 무너지는 법이 없다

괄호가 사라진 자리에 어룽어룽한 자국.

어머니란 한 쪽 변에

잠시 여자를 비워둔 여자일까

미지수를 묶고 다니는 그녀

미간을 둥그렇게 찡그리며

눈물을 흘리면, 작고 예쁜 괄호가 생긴다

내가 앓아야 할

세상의 모든 아픔 앞에서

그녀의 눈가는 언제나 먼저 축축해지는 것이다

나도 별수없이 그녀의 괄호안에 묶이는 것일까

그렇게 그녀가 모두 묶어서

미리 중심을 잡고 있는 것 아닐까

 

괄호란 여자의 형식이다

어렵고 아픈 것들로 가득찬

텅 비어 있는 내 어머니의 형식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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