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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시를 느끼며

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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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쉿, 부처님 주무시는 중이세요

햇살이 부처님의 이마에 키스하고파

법당 안을 기웃대는 봄날이었지요

 

졸립지요 부처님? 그래도 봄인데

나들이는 못 갈망정 마당 가득 피어난 꽃나무 좀 보세요

산사나무 조팝나무 매자나무 꽃들이 치마를 올리는

벌써 바람을 올라탈 준비를 하는 걸요

꽃가루 가득 실은 바람과 공중에서 한 바탕 구르다

주워 입지 못하고, 흘린 치마들이 노랗게 땅을 수놓는 걸요

화나셨나요 부처님? 왜 오롯이 눈은 내려깔고 침묵하셔요

이 봄에 관계하지 못한 生이란 울기만 하는걸요

보세요, 대웅전 계단 옆 고개 숙인 한 그루의 불두화를

향기 많은 꽃에 벌과 나비가 꼬여 열매를 맺는 모습은

수도승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여 성불코자 심었다는 불두화가

관계를 나누다 쓰러진 것들을 보며, 눈물을 찍어내고 있어요

 

천년이 넘게 한 세상 굽어만 보시는 부처님

오늘처럼 법당에 둘이만 있는 날에는

당신 한번 넘어뜨리고 싶은 마음 아시는지,

헛. 헛 기침하시네요 토라져 눈감으시네요

긴 손 뻗어 몇 날 며칠 불두화의 눈 감겨 주시니

아, 그제야 봄 저무네요 절름발로 지나가네요

 

출처 : 한국문화재단 - 월간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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