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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시를 느끼며

직선과 원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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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원 - 김기택

 

옆집에 개가 생김.

말뚝에 매여 있음.

개와 말뚝 사이 언제나 팽팽함.

한껏 당겨진 활처럼 휘어진 등뼈와

굵고 뭉툭한 뿌리 하나로만 버티는 말뚝,

그 사이의 거리 완강하고 고요함.

개 울음에 등뼈와 말뚝이 밤새도록 울림.

밤마다 그 울음에 내 잠과 악몽이 관통당함.

날이 밝아도 개와 말뚝 사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음.

 

직선 :

등뼈와 말뚝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

온몸으로 말뚝을 잡아당기는 발버둥과

대지처럼 미동도 않는 말뚝 사이에서

조금도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고요한 거리.

원 :

말뚝과 등거리에 있는 무수한 등뼈들의 궤적.

말뚝을 정점으로 좌우 위아래로 요동치는 등뼈.

아무리 격렬하게 흔들려도 오차 없는 등거리.

격렬할수록 완벽한 원주(圓周)의 곡선.

개와 말뚝 사이의 거리와 시간이

이제는 철사처럼 굳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음.

오늘 주인이 처음 개와 말뚝 사이를 끊어놓음.

말뚝 없는 등뼈 어쩔 줄 모름.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달리기도 함.

굽어진 등뼈 펴지지 않음.

개와 말뚝 사이 아무것도 없는데

등뼈, 굽어진 채 뛰고 꺾인 채 달림.

말뚝에서 제법 먼 곳까지 뛰쳐나갔으나 곧 되돌아옴.

말뚝 주위를 맴돌기만 함.

개와 말뚝 사이 여전히 팽팽함.

 

https://youtu.be/6mSuJA2nT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