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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시를 느끼며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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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 시인선 359)
문명화된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시인의 동화적 세계관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자신의 삶 주변에서 동화를 재발견하여 한 편의 '시'로 완성하는 시인의 작품이 펼쳐진다. 문명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인은, 자연의 힘을 빌려서 차갑게 현실의 구조를 장악한 문명의 권력에 맞선다. 자신만의 시점과 어법으로 부드러운 통합적 대화론을 개척해온 시인의 작은 혁명이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야생적 사냥의 시대와 문명에 길들여진 고양이 안쓰러운 틈을 응시하는 시인의 「고양이」를 비롯해서 시인은 문명 비판적 사고에 대한 대답을 늘 준비하고 있다. '고양이의 철학', '소금쟁이 학교', '염소 학교', '산비둘기 학교' 등을 통해 잘못된 문명의 우둔함과 문명적인 삶의 기계론적 단순성을 비판한다. 또한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을 통해서 자연의 생물들에게 접근한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지나치게 인간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보호'라는 문명의 표어에 진지한 성찰을 던진다. 이 성찰은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연에 행사하는 폭력을 담아낸 「반달곰이 사는 법」을 통해 드러난다. 시인은 문명의 진정한 진화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 때 이뤄질 수 있다고 전한다. 이 시집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던 문명적 삶을 반정하고 자연 세계에 시선을 돌려서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전한다. 〈font color="1e90ff"〉☞〈/font〉 이 책에 담긴 시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저자
송찬호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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