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북이가 요즘 내게 자주 쓰는 말이 있다.
"Fuck you, my love."
애인 사이에 왜 이런 욕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Fuck you는 욕인데, 뒤의 my love는 또 뭔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말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평소에 내 마음대로 행동을 하기 때문에 가끔 꼬북이와 부딪힐 때가 많다. 꼬북이가 싫어하는 행동들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예를 들면 샤워할 때 수건을 들고 들어가지 않아 샤워 끝나면 꼭 수건을 꼬북이에게 달라고 하거나 수건을 가지러 젖은 몸으로 욕실을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꼬북이는 내게 수건을 주는 수고로움과 방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한다. 꼬북이는 "좀 고쳐라."고 하지만, 나는 "알겠다."라고 하면서 그 행동을 잘 고치지 않는다. 그래서 꼬북이가 화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인을 완전히 미워할 수는 없어서 Fuck you라고 하지만, 뒤에 my love라고 애교처럼 붙인 것이다. 이해하고 나면 '이게 뭐야?' 할 정도로 대단히 단순하다.
우리는 이 욕 같지도, 구애 같지도 않은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애증으로 점철될 때가 많다. 애인이 어떤 행동을 하면 정말 보기 싫어 죽겠는데, 그렇다고 애인을 전적으로 미워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나도 꼬북이에게 그런 걸 느낄 때가 많은데, 그가 가끔 가다 식욕이 폭발해 배달음식을 몇 인분씩 시킬 때는 '저거 다 먹고 죽으려나' 싶다가도 먹는 걸 보고 있으면 '오죽 배가 고팠으면 저럴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꼬북이가 다이어트한다고 하루 한 끼, 그것도 과일과 채소, 견과류만 먹기 때문이다. 그가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는 '저러면 살이 도로 질 텐데' 하는 걱정이 들다가도 배달음식 먹는 걸 보면 '낮에 한 끼만 먹는데, 얼마나 먹고 싶겠어'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양가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싫은 행동을 해도 마냥 또 싫지만은 않은, 되게 애매한 상태라고 하는 게 맞겠다. 꼬북이도, 나도 이 양가감정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이런 감정은 부모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자식이 아무리 속을 썩여도 당장에는 미워 보이지만, 결코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부모지 않은가.
우리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 옛말이 떠오른다. 죽일 듯이 노려보고 치고박고 싸워도 종국에는 밉지 않고 서로를 품에 안는. 물론 폭력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데이트 폭력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을 안다. 우리도 폭력적인 행동은 고쳐나가야 한다. 그 점은 많이 잘못되었다. 인정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서로 폭력은 행사하지 말자고 합의를 보았다. 화가 나면 욱 하는 버릇을 좀 자제하자고.
우리는 또 한가지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되도록이면 안 하도록 하자고 합의를 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면 상대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기 때문에 양가감정을 가지면서 지낼 필요가 없다. 양가감정은 좋은 감정이라고 할 수 없어 보인다. 양가감정을 오래 품고 있으면 화병이나 정신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클 것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연인으로 사귀는 데 있어 양가감정을 정리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좀 더 달콤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몽실이와 꼬북이의 연애일기는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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