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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상 이야기/좋은 글 따뜻한 마음

법정, <종교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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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무엇인가? 불교도, 기독교도, 혹은 유대교도 회교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바로 ‘친절’입니다.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사랑하다’는 매우 아름다운 말입니다. ‘사랑하다’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사는, 이웃과 남을 ‘돕다’입니다. 자신에 대한 염려에 앞서 남을 염려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릴 때, 인간은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자기밖에 모른다면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닙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한평생 많은 위대한 가르침을 펼쳤습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자비’입니다. 곧 사랑입니다. 부처님은 자비를 이야기했고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자비의 실천이 있었기에 불교가 종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깨달음만을 주제로 삼았다면 불교는 종교로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종교는 사랑을 말합니다. 사랑을 말하지 않는 종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종교는 인간 중심의 사랑에 그칩니다. 이 세상은 인간만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만물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장입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조화와 균형의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식물과 동물이 없다면 인간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식물과 동물이 곁에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우주적인 조화를 통해 우리가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친절한 마음’이 곧 불교라고 말합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합니다.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지구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그 행복감을 누리게 됨을 의미합니다.

종교는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 친절과 자비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절에 다니고, 교회에 다니는 것 그 자체는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그곳에서 배워 오는 가르침들을 일상의 삶 속에서 행할 때,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종교를 믿고 행하는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진짜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되고, 신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 행이 없고 종교적인 이론만 머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회색의 이론일 뿐입니다. 거기에는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

종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을 살피는 사람입니다. 어느 절과 교회에 나가고 어느 종파에 속해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체가 아니라 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교이든 기독교이든 회교이든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전체가 아닌 부분에서는 항시 대립과 갈등이 생겨납니다. 내 절 네 절 따지고, 내 종교 네 종교 따집니다. 진정한 신앙의 세계는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하느님을 의지했든 부처님을 의지했든 혹은 예언자를 의지했든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기 자신이 부처가 되는 길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자기 실현의 길이고, 형성의 길입니다. 부처는 단지 먼저 이루어진 인격일 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 온전한 인간에 이르는 길입니다.

불교는 이와 같이 자기 탐구의 종교입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하며, 자기 탐구의 길에서 수많은 자기를 만나게 됩니다. 타인과 세상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초기 불교에서 자기 자신을 강조한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라는 뜻에서입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해 타인과 세상에 도달하라는 것입니다.

자기에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개체에서 전체로의 변신, 이것은 질적인 변화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갇혀 있다면 그것은 불교도 아니고 종교도 아닙니다. 참된 지혜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의 존재를 찾아내는 따뜻하고 밝은 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습니까? 부처님? 신? 하느님? 이것은 또 얼마나 관념적이고 개념화된 이름입니까. 이런 메마른 관념과 개념에 얽매여, 살아 있는 참 부처님과 신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관념화되고 개념화된 ‘머리의 종교’는 공허한 이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삶이 약동하는 ‘가슴의 종교’만이 우리들의 영혼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그럼 부처님과 신은 어디에 존재하나요? 마음 밖에서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마음 밖에 있는 것은 모두가 허상입니다.

종교는 그럴듯한 말이나 이론에 있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마음 쓰는 일과 일상적인 행동 안에 있습니다. 만나는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여는 일이 곧 자비입니다. 이와 같은 자비의 실현을 통해서 지혜도 자라나는 것이지, 무엇인가를 깨닫는 그것만으로 지혜가 갑자기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완성’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영원한 이상이지 현실은 아닙니다. 중생계가 남아 있는 한 완성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종교는 불안과 두려움을 심어주지 않습니다. 올바른 종교는 두려움을 없애주고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합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출처 : ⌜맑고 향기롭게⌟(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