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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책, 그리고 작가/소설을 음미하며

김애란, 《바깥은 여름》작가의 말과 '나'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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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이미지

 

여름을 맞는다.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해선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 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인물이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말은 무얼까 고민하다

말보다 다른 것을 요하는 시간과 마주한 뒤

멈춰 서는 때가 잦다.

오래전 소설을 마쳤는데도

가끔은 이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 모두 어디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2017년 여름

김애란

김애란, <바깥은 여름> 작가의 말

 

 

김애란 작가는 작가의 말도 어쩌면 이렇게 잘 써 내려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작가 생활을 계속하면서 관록이라는 것이 붙었으리라 생각한다.

 

<바깥은 여름>을 읽고 작가에 대해 드는 생각은, 현상에 대해 정말 많은 고심을 하고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것이다. 다른 직업들에 비해서 어떨 때는 신중하면서도, 어떨 때는 대담하게 글을 쓰는 그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는 감정묘사가 이토록 탁월할까 하면서 말이다.

 

<바깥은 여름>을 읽으면서 좋았던 이유는 내가 잊어왔던 소중한 것에 대해서 작가가 다시금 불러일으켜 주었기 때문이다. 바깥은 여름이라, 너무도 덥고 바쁜 계절이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작가는 하나씩 아이스 볼 안에 넣어 우리로 하여금 각자의 아이스 볼을 보게끔 만드는 것이다.

 

각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내 얘기 같고, 내 주변 얘기 같아서 보는 내내 안타깝기도, 슬프기도 했다. 김애란 작가가 아니었다면 자아내지 못했을 안타까움과 슬픔이었다. 작가의 입을, 아니 작가의 손을 빌려 나오게 된 이 소설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바깥은 여름>을 읽으며 작가가 말하는 감정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