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원에 자신의 지식만을 자랑하여 다른 이들에게 거만하다는 평을 받는 젊은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원로 수도사가 정원에서 흙을 고르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던 젊은 수도사를 불러 세웠습니다.
"이 단단한 흙 위에 물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도사가 흙 위에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나 물은 땅에 스며들지 않고 양쪽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원로 수도사는 옆에 있는 괭이를 들어 땅을 파고 흙덩어리를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부서진 흙을 모은 뒤 다시 한번 물을 부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수도사는 부서진 흙 위로 다시 물을 부었고 그러자 물이 잘 스며들며 부서진 흙이 뭉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원로 수도사가 말했습니다.
"이제야 흙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이렇게 해야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네. 사람도 자신만 아는 단단함보다 이처럼 부서져야 마음에 씨가 뿌려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지."
자아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 중엔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며 최고라 여기는 자만감이 있습니다.
자만은 이기적인 자아를 만들고 교만한 마음을 성장시켜 단단한 벽 속에 자신을 가두게 만듭니다.
# 오늘의 명언
자만심은 인간이 갖고 태어난 병이다. 모든 피조물 중에서 가장 비참하고 나약한 것은 인간이며 동시에 가장 교만하다.
- 몽테뉴 -
*출처 : 따뜻한 편지 1745호
저도 최근 교만과 자만을 가지고 행동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성당을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품었던 것인데요. 저는 재작년 2019년 크리스마스 세례 교리반에 들어 교리를 공부하면서 여러 예비신자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비신자 분들 중에 매사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돈을 밝히는 신자 분이 있어 제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저는 그 신자가 물질적이고 교만하며, 허세가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신자를 멀리하게 되었고, 피하기 시작하면서 교리반에 결석하게 되었고, 크리스마스 세례를 받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그다음 해 코로나가 창궐한 작년에 교리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부활절 세례를 받았습니다. 부활절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으면서 그 신자 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신자 분은 여전히 나서기를 좋아했고, 돈을 밝히는 분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 사람이 꺼려졌습니다. 저 사람은 겸손의 미덕도 없는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물질적이기만 한 건가, 생각했습니다.
그 신자와 저는 같은 단톡방, 크리스마스 세례반 단톡방에 함께 있습니다. 얼마 전, 그 신자가 올린 대화들이 단톡방에 올라왔습니다. 그 신자는 여전히 허세 가득했고, 돈을 밝혔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가 꺼려졌습니다. 그래서 그가 올린 대화에는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따뜻한 편지 1745호 '열매 맺는 땅'을 읽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은 과연 자만하고 교만했던 것은 누구였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자만하고 교만하게 보고 있던 제가 오히려 자만하고 교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제멋대로 평가를 내리고, 그 사람을 멀리한 것은 저였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다른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저였습니다.
'열매 맺는 땅' 덕분에 제가 자만과 교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만과 교만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만은 이기적인 자아를 만들고 교만한 마음을 성장시켜 단단한 벽 속에 자신을 가두게 만든다고 하지요. 단단한 벽 속에 제 자신을 가두지 않겠습니다. 벽을 넘어 상대방의 모습을 바로 보고 제 자신을 성장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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