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쓰는 선의의 거짓말, 또는 하얀 거짓말. 우리는 생활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는데, 그 중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하는 거짓말이 바로 착한 거짓말이다. 필자 역시도 32년 동안 살면서 숱한 거짓말을 해 왔다. 특히, 내 가장 큰 비밀은 수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대다수 사람들의 편견에 의해 변질되거나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쨌든 거짓말은 거짓말이기에 나는 이 거짓말을 착한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착한 거짓말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중요한 거짓말은 없는 것 같다. 대신 생활 속에서 자주 하고 있는 사소한, 착한 거짓말은 존재한다. 이것은 독자 여러분들도 인생에서 자주 하고 있는 착한 거짓말일 수도 있다. 공통적으로 우리가 자주 하는 착한 거짓말은 예의와 체면을 차릴 때 자주 나온다. 처음 만나 낯선 사람의 외모, 스타일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 그것도 착한 거짓말에 해당할 것이다. 외모가 완전 내 스타일이랑 반대고 츄리닝 바람인 사람이 나와 소개팅을 한다면 어떨까. 나는 외모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라 패스하고, 스타일이 완전 구린 사람이 먼저 나에게 "잘 생기셨네요." 또는 "예쁘시네요." 라고 먼저 얘기한다면? 예의상 "그쪽도 잘 생기셨네요." 라고 말하겠는가? 아니면 아무 말도 안 하고 입 꾹 닫고 있겠는가. 요즘에는 후자인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지만, 대체적으로 예의를 차리면서 상대를 치켜 세워주곤 한다. 본심과는 다르기 때문에 거짓말이지만,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착한 거짓말이라 하겠다.
또, 착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부모 자식 간에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자취를 하고 있는 취준생 자식이 부모님의 안부 전화를 받았을 때, "밥은 잘 먹고 다니지?" 라고 묻는 엄마의 물음에 전혀 잘 먹고 다니지 못하고, 쫄쫄 굶고 다니는데, "네, 잘 먹고 있어요." 라고 대답하는 자식의 착한 거짓말.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생활은 그렇지 못함에도 부모님께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가슴 아픈 상황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보다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기에 자식은 그렇게 말한다.
예를 든 두 가지 상황의 착한 거짓말에서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예의와 배려다. 상대방을 존중하고픈 마음에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르고 마는 착한 거짓말. 하느님께서는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하셨지만, 우리네 사는 인생에서 거짓말을 빼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착한 거짓말을 할 경우에는 하느님께서도 넘어가 주셔야 종교를 믿는 이들이 발 뻗고 잠을 자지 않겠나.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을 혐오스럽게 보기도 한다. 자신은 죽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며 사실대로 상대방에게 예의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것은 그 사람의 스타일이겠고, 그것이 그 사람을 당당하게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다. 자신은 자유롭고 마음 놓고 살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타인들은 당혹스럽고 불편하겠지만. 나도 그런 친구를 사귀었던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기독교를 믿는 친구였는데, 자신이 뭔가 심판자나 판관이라도 된 것마냥 타인의 이야기에 판단을 내리고 정의 내리기 좋아했다. 평소에는 정말 괜찮고 성실한 친구라서 좋아했지만, 그 친구가 나에 대한 진실을 가차없이 퍼부을 때면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만 같았다. 한 번은 나와 애인 간에 돈 문제로 다툼이 있어서 그 친구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때도 판관이 되어 나에게 심판의 철퇴를 내렸다.
"네가 잘못했어. 넌 원래 돈 버는 능력도 안 되잖아. 네가 애인한테 엎드리고 사는 수밖에 없지."
처음에는 나도 그 친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듣고 있는데, 이 친구의 팩트 폭격은 도를 넘어섰다.
"원래는 애인이랑 같이 살 거였으면 보증금 반반씩 내고, 생활비 반반씩 내야 돼. 그래야 인정을 해 주지."
그 당시, 나는 일을 못할 만큼 많이 아픈 상태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싸움이 난 상황의 사실만 보고,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의 진실을 바라보지 않았다. 무례하고, 오만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고, 결국 그 친구와 절교를 했다. 내 사정을 알고 있던 친구였기에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봐도 화가 나고,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사실만큼 나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라고. 팩트 폭격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그렇게 팩트 폭격기가 되고 싶다면 네거티브 정치인이 되시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필자의 감정이 갑자기 격해진 것 같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쓴다. 물론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 중에서 예의 바르고 착한 사람들도 많다. 내 친구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 대다수가 무례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당시 정부의 거짓말을 믿지 않고 진실의 촛불을 밝히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며,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제까지 착한 거짓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보았다. 착한 거짓말의 정의, 몇 가지 경우들, 팩트 폭격하는 사람의 이야기,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여러분은 착한 거짓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자는 여러분의 의견이 듣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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