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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나는 짙고 푸른 호수 안에 완전히 결박되었다
깊은 심해에 정박해있던 나의 유해는 어느덧 끌어올려져 저 넓은 혼돈으로 찬란한 여행을 떠난다
뿌연 연기는 침잠한 어둠의 얼굴을 흐릿하게 뒤흔들어 놓고
고혹한 장밋빛 향기는 내 시야를 어그러뜨려 놓는다
공간을 가득히 메우는 째즈의 깊고 묵직한 고동소리는 푸른 돛을 단 항해사의 얼굴을 비춘다
문자들은 머나먼 세계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두 문자는, 온전히 남아 무지하고도 슬픈 백지를 채운다
서로의 불투명한 문자들은 잔뜩 부푼 성기를 움켜쥐고 태초의 에덴에서 갈갈이 해체된다
잡아라, 잡아라
항해와 문자 사이에 진리에의 배반을 외친다
아아, 나는 깊고 푸른 호수 속에 정박되어 있다
나의 배가 항구히 헤엄칠 그 호수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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