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9일, 우리는 처음 만났다. 물론 그전까지 페이스북을 통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기는 했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만나기 전에 우리는 항상 페이스북 메신저(이하 페메)로 통화를 했는데, 그 이유는 꼬북이의 핸드폰이 2G 폰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2G 폰을 쓰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꼬북이가 쓰고 있는 2G 폰은 잘 터지지도 않을뿐더러 속도가 느려서 통화하기가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요즘 wifi는 어느 집에나 설치되어 있으니, 페메로 통화하게 된 것이었다.
꼬북이의 목소리는 보통 성인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말투가 조금 특이했다. 분명 경상도 사투리 같은데, 부산 같기도 하고 대구 같기도 한 사투리였다. 꼬북이는 포항 사람이기 때문에 사투리를 쓸 것이라 짐작했을 뿐이었는데, 실제로 들으니 사투리 억양이 강했다. 어차피 나는 서울, 인천 토박이라서 사투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표준어와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사투리가 있었어도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꼬북이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사려 깊었다. 꼬북이는 배려있게 나를 대해주었다. 나는 그가 꽤 신사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내심 좋았다.
꼬북이는 페메로 자신의 사진을 여러 장 보냈는데, 사진을 보니, 대체적으로 공부 잘하는 공대생 같은 느낌이었다. 남중, 남고, 공대만 나왔을 것 같은 약간 안 꾸민 듯한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또, 꼬북이는 내가 페북에 올린 글마다(똥글일지라도) 성의껏 장문의 댓글을 달아주었다. 나는 그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고, 이 사람이라면 짧기만 한 내 연애 경력을 지우고, 연애를 오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꼬북이는 나에게 1월 말부터는 서울로 이사하게 되어 자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내가 살고 있는 인천과 가까운 서울로 온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에 부풀었다. 드디어 만나게 되겠구나 싶었다. 그 역시도 나를 만날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푼 것 같았다.
1월 29일 당일, 나는 아침부터 바빴다.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있다가 한 가지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대학교 재등록을 해야 하는 날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꼬북이에게 먼저 페메를 보내 일정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고, 그는 흔쾌히 내 일정 변경 제안을 받아들여줬다. 나는 최대한 서둘러 학교에 갈 준비를 했고 지하철에서 그에게 페메를 보내려 했지만, 그가 쓰는 핸드폰이 2G 폰이었기에 문자 보내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나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학교에 도착했는데, 예체능관 9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꼬북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꼬북이를 꼬옥 껴안았다.
꼬북이는 약간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아, 완전 보고 싶었어."
나는 포옹을 풀고 꼬북이의 얼굴과 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굴은 생각했던 것보다 귀여웠고, 몸은 약간 살집이 있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원래 나는 살집 있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관계로 그동안 보통 체격이거나 마른 사람들만 사귀어 왔었다. 살집 있는 사람은 아마 꼬북이가 처음일 것이다.
꼬북이는 내가 학교 재등록 처리를 하는 동안 내 옆에서 자리를 지켜줬다. 예체능관과 본관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문서를 떼어 학적팀 사무실에 건네주고 나자,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꼬북이는 내가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귀여웠는지 연신 내 얼굴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나도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나는 내가 학교 다닐 때 자주 가던 단골집 히카리 우동에 꼬북이를 데리고 갔다.
"여기 진짜 맛있는 집이야."
나는 냉우동 세트를, 그는 따뜻한 우동 세트를 시켰다. 주문한 우동 세트가 나오자, 우리는 우동을 천천히 맛보았다.
"진짜 맛있네~"
약간 어눌한 서울 말투로 말하는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꼬북이는 자기가 먹는 것보다 내가 냉우동 먹는 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왜 보고 있어?"
"복스럽게 먹고 있어서..."
나는 그를 보면서 웃었다. 우리는 계속 서로를 보면서 웃었다. 인연이 있다면 이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보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지는 사람. 꼬북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를 누구보다 아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동반자. 지금 와서 첫 만남을 돌이켜보니, 정말 그때나 지금이나 꼬북이는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같이 나를 살뜰히 챙겨주는 꼬북이가 있어서 오늘의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꼬북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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